
페름기 말 대멸종은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시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히 화산 폭발과 기온 상승으로만 설명되지 않고, 바다와 하늘, 그리고 땅속 환경이 동시에 변했던 시기였죠. 여기서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세 가지 기후 비밀을 일상적인 시각에서 풀어보며 그 당시 지구의 극단적인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1. 화산이 만든 지구의 뜨거운 공기
페름기 말 대멸종을 이야기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건이 바로 시베리아 트랩으로 불리는 초대형 화산 활동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거대한 파괴력을 느낄 수 있지요.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화산 폭발은 길어야 며칠, 혹은 몇 달에 걸쳐 일어납니다. 그러나 당시의 화산 분출은 시간의 개념이 달랐습니다. 수천 년 이상 연속적으로 용암을 뿜어냈고, 마치 지구 한쪽이 끝없이 불타는 거대한 화덕처럼 바뀌어 있었습니다. 검은 연기와 뜨거운 용암은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대기 전체는 짙고 무거운 가스로 차올랐습니다. 화산에서 튀어 나온 이산화탄소와 황 가스는 그때 지구의 공기를 완전히 다른 성질로 바꾸어버렸던 것입니다. 단순히 공기가 흐릿하게 탁해졌다기보다, 일상의 모든 하늘이 잿빛과 붉은빛의 어두운 장막으로 덮여 있던 시대라고 상상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쏟아져 나온 이산화탄소는 마치 지구 전체를 덮는 두꺼운 담요와 같았습니다. 덮개가 씌워진 지구는 열을 뿜어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온도는 끝없이 치솟았습니다. 오늘날 인류가 산업 활동으로 내뿜는 이산화탄소도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손꼽히지만, 페름기 말의 상황은 그 규모가 도저히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당시 분출된 가스의 양은 인류가 배출한 총량을 가볍게 넘어서며, 단 몇 만 년 만에 지구 대기를 지옥 같은 열기로 변하게 만들었죠. 그 결과 열대와 아열대 지방은 낮 기온이 40도에 가까이 오르며, 지표면은 불타는 사막처럼 변해갔습니다. 사람이 서 있다면 단 몇 시간도 버틸 수 없는 극한 조건이, 수만 년 동안 ‘일상’처럼 지속되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부분은 바로 지속성입니다. 현재의 폭염은 여름철 며칠 길게 이어지는 정도로만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와 같은 폭염 수준의 기후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어떤 해의 예외도 없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이 상황은 생태계 전체를 근본부터 흔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숲은 더 이상 숲으로 기능하지 못했습니다. 광합성을 하기도 전에 잎사귀가 타들어갔고, 나무는 수분을 잃어버려 시들어버렸습니다. 식물이 무너진 자연은 연쇄적으로 동물에게 치명타를 안겼습니다. 초식 동물은 먹이를 잃고 쓰러졌고, 육식 동물은 먹을거리를 찾을 수 없어 사라져갔습니다. 작은 생물이 무너지면 큰 생물도 함께 휘청거리는 것이 바로 생태계의 법칙인데, 이때는 그 법칙이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드러난 셈이었죠.
다시 말해 페름기 말 대멸종은 단순히 한 순간의 폭발적인 재앙이 아니라, 끝없이 누적된 더위와 공기 속 변화가 얽히면서 서서히 생명을 지쳐 쓰러뜨린 사건이었습니다. 불덩이 같은 태양, 식히지 못한 대기, 그리고 점점 탁해져 가는 공기 속에서 생명은 저항할 방법이 전혀 없었습니다. 당시 지구의 뜨거운 공기는 마치 긴 고문 같은 환경을 만들어냈고, 수십만 년에 걸친 생존 경쟁 끝에 결국 수많은 종이 지구 역사에서 사라져버렸던 것입니다.
2. 바다의 색이 변해버린 끔찍한 이유
우리가 평소 바다를 떠올릴 때는 푸른빛, 혹은 햇살에 따라 빛나는 에메랄드빛 물결을 쉽게 상상하지요. 누구에게나 바다는 시원함과 청량감을 주는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페름기 말 대멸종 시기의 바다는 그와는 전혀 다른, 끔찍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당시 지구의 하늘을 가득 채운 화산 가스는 비가 되어 흘러내렸고, 그 물질 속에는 황화합물과 각종 독성 성분이 가득했습니다. 그것들이 바닷속에 스며들면서 마침내 산소가 거의 사라지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맑아야 할 푸른 바다는 점점 탁해졌고, 과학자들은 바닷물이 붉게 물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마치 오늘날 여름철에 적조가 발생해 바다가 이상한 빛을 띠고, 이어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모습과 닮아 있던 셈이죠. 다만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그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는 점입니다. 한 지역의 해안에서만 잠깐 벌어진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역의 바다가 동시에 고통을 겪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바다 생태계에 치명타가 되었습니다. 산소가 사라진 바다에서는 물고기들이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었고, 산호와 조개 같은 해양 생물은 갑자기 달라진 화학 반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바닷속은 사실상 거대한 무덤으로 변해갔습니다.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은 극히 적었고, 바닷가에서조차도 썩어가는 냄새와 유해한 가스가 가득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당시 해양 생물 종의 대다수가 거의 동시에 사라졌다고 하는데, 이는 단순한 생태계 붕괴가 아니라 지구 전체 생명 순환의 중단이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사실은, 바닷속 바닥에서도 새로운 위협이 솟아났다는 점입니다. 바다 밑에 갇혀 있던 메탄이 기포처럼 솟아올라 수면 위로 터져 나왔고, 이 거품들은 공기와 섞이며 대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커다란 가스연료를 하늘로 분출한 것과 같았습니다. 그렇게 해양과 대기가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면서 지구 전체 기후는 더 극한의 조건으로 치달았습니다. 이처럼 바다 속 문제는 단순히 해양 생물만을 위협한 것이 아니라, 육지의 환경과 하늘까지 동시에 뒤흔드는 거대한 연쇄 작용을 일으켰던 셈입니다.
따라서 페름기 말 대멸종을 이해할 때는 바다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뜨거운 기후와 화산 폭발만을 떠올리지만, 사실상 가장 먼저 쓰러져간 것은 바다와 그 속의 생명체들이었습니다. 바다가 무너진 후에야 육지 생물도 영향을 받은 것이지, 순서상으로는 바다가 먼저 붕괴한 것이죠. 바다가 붉어지고, 생명체의 무덤이 되어버렸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 상황의 참혹함을 잘 보여줍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타납니다. 해양 산성화나 산소 부족 현상이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붉은 바다, 죽음의 바다라고 불리는 곳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바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가 겪을 수 있는 위험 신호입니다. 페름기 말 대멸종 당시의 붉은 바다는 수억 년 전 일이지만, 지금 우리에게도 거울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다가 무너지면 육지도, 그리고 그 위에 사는 사람들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 말입니다.
3. 생명이 살아남기 힘들었던 거대한 시험
기후는 이미 극단적으로 뜨거워졌고, 바닷물은 붉게 변하며 산소조차 사라진 지구는 살아남은 모든 생명에게 거대한 시험장이었습니다. 당시 지구에 존재하던 종의 90퍼센트 가까이가 멸종했다는 기록은 단순히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통계가 아니라, 실제로 대다수의 생명체가 더 이상 모습을 남기지 못하고 흔적만 사라졌다는 의미였습니다. 산소가 부족한 바다에서는 물고기들이 숨을 쉴 수 없었고, 바닷속에 기대 살아가던 작은 갑각류와 플랑크톤까지 빠르게 무너졌습니다. 육지 상황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폭염은 그야말로 ‘살을 태우는 열기’였고, 화산에서 나온 독성 가스는 공기를 무겁게 만들며 동물들의 호흡을 방해했습니다. 낮게 드리운 대기 속 황화합물은 마치 가스실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냈습니다. 결국 작은 곤충부터 거대한 파충류까지, 수많은 생명체가 이 혹독한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갔습니다.
그렇지만 지구는 여전히 완전히 비어버린 행성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살아남은 생명체들은 그 혹독한 조건 속에서도 작은 틈새를 찾아냈습니다. 일부 생물은 높은 온도에서도 버틸 수 있는 적응력을 가졌고, 또 어떤 생물은 산소가 거의 없는 상태로도 생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몸을 변화시켰습니다. 그렇게 매우 소수의 생명체들이 살아남았기에 이후 새로운 시대로의 진화는 가능했습니다. 바로 이때의 공백이 공룡이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었죠. 엄청난 비극이었지만 그 속에서 새롭게 진화할 기회를 얻은 생명체들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페름기 말 대멸종은 역설적으로 가장 큰 파괴이자 가장 큰 전환점으로 기록됩니다. 생명의 역사는 이렇게 멸종과 진화를 반복하며 새로운 장을 열어온 것입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구는 이미 수억 년 전에도 이렇게 거대한 위기를 겪었고, 그 안에서 생존과 멸종이라는 반복되는 선택을 거듭해왔다는 점입니다. 당시의 위기가 화산 활동이라는 자연의 힘에서 비롯되었다면,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는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탄소 배출과 환경 파괴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온이 조금 오르는 문제’ 정도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그 결과가 순식간에 바다·육지·대기 모두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대멸종은 긴 시간에 걸쳐 나타났지만 지금의 기후 변화는 오히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과거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호기심을 충족하는 일이 아니라 현재의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얻는 중요한 힌트가 되는 것입니다.